2년 전 계약할 때 보증금 2억에 월세 100만원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요즘 주변 시세가 많이 떨어져서 비슷한 집이 보증금 1억 7천에 나와요. 보증금을 좀 내리고 싶은데, 계약서를 보니 '보증금 증감청구 금지' 특약이 있더라고요. 그럼 아예 못 내리는 건가요. 안타깝지만 특약도 유효해요. 하지만 상황에 따라 길이 있을 수 있답니다.
1.보증금 증감청구권이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에서는 임대인이나 임차인이 약정한 차임이나 보증금이 임차주택에 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 증감이나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적절하지 않게 된 때에는 장래의 차임이나 보증금에 대하여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요.
쉽게 말하면, 집값이나 물가가 오르내리면 보증금이나 월세도 현실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는 거예요. 임대인만 올릴 수 있는 게 아니라, 임차인도 내릴 수 있어요. 양방향이에요.
다만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시기는 제한돼 있어요.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거나 재계약할 때만 가능해요. 계약 기간 중에는 원칙적으로 못 해요. 약속한 건 지켜야 하니까요.
2.증감청구 금지 특약도 유효해요
그럼 계약서에 '보증금 증감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특약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특약도 법적으로 유효해요. 민법 제103조에서는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한 당사자의 약정은 유효하다고 하거든요.
보증금 증감청구 금지 특약은 양 당사자가 합의해서 정한 거예요. 집주인은 '시세가 올라도 안 올릴 테니, 너도 내려달라고 하지 마' 하는 거고, 세입자는 '시세가 내려도 참을 테니, 올리지 마' 하고 동의한 거죠. 서로 리스크를 분담하는 거라 불공정하다고 보기 어려워요.
그래서 특약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증감청구를 못 해요. 계약 당시 시세가 2억이었는데 지금 1억 7천으로 떨어졌다고 해도, 특약이 있으면 감액을 청구할 수 없어요. 물론 임대인도 시세가 2억 5천으로 올라도 증액을 청구할 수 없고요.
3.예외적으로 청구 가능한 경우도 있어요
특약이 절대적인 건 아니에요. 경제사정이 현저하게 변동된 경우에는 특약이 있어도 법원에서 증감청구를 인정할 수 있어요. 민법 제628조에서는 사정변경으로 인한 해지권을 인정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코로나19 같은 경제 위기로 주변 시세가 30~40% 이상 급락했다면, '경제사정의 현저한 변동'으로 볼 여지가 있어요. 이럴 땐 특약이 있어도 법원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어요.
다만 단순히 '시세가 좀 떨어졌어요' 정도로는 부족해요. 시세가 10~15% 떨어진 건 정상적인 시장 변동이에요. 그 정도는 감수하라고 특약을 한 거니까요. 적어도 30% 이상 급변하거나, 지역 전체가 붕괴될 정도의 충격이 있어야 '현저한 변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요.
4.증액은 5% 한도가 있어요
보증금 증감청구 금지 특약이 없다면, 임대인은 보증금을 올릴 수 있고 임차인은 내릴 수 있어요. 그런데 임대인이 올릴 수 있는 한도는 정해져 있어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의2에서는 차임이나 보증금의 증액 청구는 약정한 차임이나 보증금의 20분의 1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고 해요. 쉽게 말하면 5%예요.
보증금이 2억이면 1천만원까지만 올릴 수 있어요. 그 이상은 법으로 막혀 있어요. 하지만 감액에는 한도가 없어요. 임차인이 3천만원 내려달라고 할 수도 있고, 5천만원 내려달라고 할 수도 있어요. 물론 임대인이 동의해야 하지만요.
5.특약 있어도 협의는 가능해요
특약이 있어도 양측이 합의하면 보증금을 조정할 수 있어요. 특약은 '일방적인 청구를 못 한다'는 거지, '서로 합의해도 안 된다'는 게 아니거든요.
시세가 많이 떨어졌으니 '보증금을 좀 내려주시면 계약을 연장하겠습니다' 하고 제안해 보세요. 임대인 입장에서도 새 세입자를 구하는 게 쉽지 않으니, 협상 여지가 있을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이렇게요. "지금 주변 시세가 1억 7천인데, 저는 2억을 계속 내고 있어요. 보증금을 1억 8천으로 조정해 주시면 2년 더 살겠습니다. 새 세입자 구하시는 것보다 나으실 거예요." 이런 식으로 윈윈 방안을 제시하면 임대인도 고려해 볼 수 있답니다.
6.법원에 조정 신청할 수도 있어요
협의가 안 되고 특약 때문에 답답하다면,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어요. 한국부동산원이나 LH에 설치된 조정위원회에서 전문가들이 중재해 줘요.
조정위원회는 양측 얘기를 다 듣고, 시세 변동 상황도 확인해서 합리적인 조정안을 제시해요. '보증금을 1억 9천으로 조정하고 계약을 2년 연장한다' 같은 식이에요. 양측이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합의서를 작성하고 끝이에요.
조정이 안 되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어요. 다만 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이길 확률도 높지 않아요. 특약이 있는 이상 법원도 쉽게 무시하지 못하거든요. 그래도 경제사정이 정말 현저하게 변동했다면 시도해 볼 만해요. 변호사와 상담 후 결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