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지내다가 11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어요. 옛날 선배를 만났는데 12년 전에 제가 돈을 빌렸었다며 일단 일부를 주고 왔네요. 근데 생각해 보니 소멸시효가 지나서 안 갚아도 되는 거 아닌가요? 일부 갚았다면 얘기가 달라져요.
1.금전채권의 소멸시효 10년
돈을 빌려준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돼요. 민법 제162조에서 이렇게 규정하고 있어요.
쉽게 말하면 채권자가 10년 동안 채무자에게 돈 달라고 한 번도 청구하지 않으면, 채무자는 "소멸시효 완성됐어요" 하고 갚지 않을 수 있다는 거예요.
근데 10년이 지났다고 자동으로 빚이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됐으니 안 갚겠어요"라고 항변해야 비로소 갚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2.채무 승인이란
채무 승인은 채무자가 빚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행위예요. 명시적으로 "네, 제가 빚졌어요"라고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빚을 인정하는 것도 모두 승인에 해당해요.
명시적 승인: "제가 OO님한테 1천만 원 빌렸어요"라고 직접 인정하는 거예요. 서면으로 확인서를 써주거나 구두로 인정하는 것 모두 해당돼요.
묵시적 승인: 말로 하지 않아도 행동으로 빚을 인정하는 거예요. 이자를 지급하거나, 빚의 일부를 갚거나, 담보를 제공하거나, 지급유예를 요청하는 것 등이 여기 해당돼요.
중요한 건, 승인이 한 번 일어나면 소멸시효가 중단된다는 거예요.
3.소멸시효 중단이란
소멸시효가 중단되면 지금까지 흐른 시간이 모두 리셋돼요. 그리고 중단 사유가 끝난 시점부터 다시 10년이 새로 시작돼요.
예를 들어 8년이 지났을 때 채무자가 이자를 지급했다면, 그 8년은 없던 일이 되고 이자 지급한 날부터 다시 10년이 시작되는 거예요. 소멸시효 완성까지 18년이 걸리는 셈이에요.
민법 제178조에서 소멸시효 중단 시 경과한 기간은 산입하지 않고 중단 사유가 종료한 때부터 새로이 진행한다고 명시하고 있어요.
4.일부 변제도 채무 승인
질문에서처럼 일부라도 돈을 갚으면 이건 명백한 채무 승인이에요. "네, 제가 빚이 있어요. 지금은 일부만 갚을게요"라고 인정하는 행위거든요.
12년 전에 빌린 돈이라도, 중간에 일부를 갚았다면 그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다시 시작돼요. 일부 갚은 지 아직 10년이 안 지났다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거예요.
그러니까 "소멸시효 지났으니 안 갚겠어요"라고 항변할 수 없어요. 채권자는 여전히 나머지 돈을 청구할 수 있어요.
5.다른 소멸시효 중단 사유들
채무 승인 외에도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방법들이 있어요.
재판상 청구: 채권자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소멸시효가 중단돼요. 소송이 끝난 후부터 다시 10년이 시작돼요.
지급명령 신청: 채권자가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것도 중단 사유예요.
압류·가압류·가처분: 채무자 재산에 압류나 가압류, 가처분을 하면 소멸시효가 중단돼요.
파산절차 참가: 채무자가 파산했을 때 채권자가 파산절차에 참가하면 중단돼요.
이런 방법들은 모두 법적 절차를 통한 중단이에요. 반면 채무 승인은 채무자의 자발적 행위로 중단되는 거예요.
6.소멸시효 완성 후 승인하면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된 후에 채무자가 일부를 갚거나 승인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 채무자는 나중에 "소멸시효 완성됐어요" 하고 항변할 수 없어요. 일부 변제나 승인 행위가 소멸시효 완성 사실을 모르고 한 거라 해도 마찬가지예요.
대법원 판례에서도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승인하면 신의칙상 소멸시효 항변을 할 수 없다고 봐요. 스스로 빚을 인정해 놓고 나중에 시효 완성됐다고 번복하는 건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에요.
7.실전 대응 가이드
채권자 입장: 10년이 다 되어 간다면 채무자로부터 일부라도 변제받거나 채무 승인서를 받으세요. 또는 재판상 청구나 지급명령으로 소멸시효를 중단시키세요.
채무자 입장: 오래된 빚을 청구받았다면 소멸시효가 지났는지 계산해 보세요. 중간에 내가 이자를 지급하거나 일부 변제한 적이 있는지 확인하세요. 있다면 그 시점부터 다시 10년이니까 아직 소멸시효가 안 지났을 수 있어요.
소멸시효가 진짜 지났다면 채권자에게 "소멸시효 완성됐어요" 하고 항변하세요. 단, 한 번이라도 승인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나중에 항변할 수 없으니 조심하세요.
8.2026년 민법 적용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민법에서도 금전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에요. 채무 승인에 의한 중단 규정도 그대로 유지돼요.
오래된 빚이라도 중간에 승인 행위가 있었다면 소멸시효가 중단됐을 가능성이 높아요. 일부 변제, 이자 지급, 담보 제공, 지급유예 요청 등을 한 적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세요. 소멸시효는 채무자가 항변해야 효력이 생기니까, 정확히 계산해서 대응하는 게 중요해요.
9.출처
- 민법 제162조 (채권, 재산권의 소멸시효) - 법제처
- 민법 제178조 (시효중단사유) - 법제처
- 찾기쉬운생활법령정보 - 금전채권의 소멸시효 - 법제처